“의병의 첫 불꽃, 기강을 다시 세우다”
제295회 제2차 정례회 제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
의령은 국난의 순간 스스로 일어나 나라를 지킨 의로운 고장이다. 그 의로운 발걸음이 가장 먼저 타올랐던 곳은 지정면 성산리 기강나루다.
기록에 따르면 1592년 음력 5월 4일과 6일, 곽재우 장군은 의령 기강나루에서 왜군의 수송선을 격퇴하며 최초의 승전을 거뒀다. 이는 지역사와 향토사 연구, 언론 보도 등에서 첫 승전으로 인정되는 역사적 사실이다.
반면 우리에게 익숙한 정암진 전투는 그보다 약 20일 뒤인 5월 24일 승리를 거둔 전투다. 즉, 의령 의병의 역사는 기강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지금의 기강 전적지를 보면 그 가치에 걸맞은 관리와 활동이 미흡하다. 기강 전적지 주변에는 곽재우 장군의 전공을 기리는 보덕각, 의병장 손인갑과 그의 아들 손약해의 충절을 기리는 쌍절각, 호국의병의 숲 친수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기념공간들만으로는 의병 첫 승전의 역사적 의미와 기강 전투의 정신을 온전히 느끼고 체험하기에 부족하다. 반면 정암진 전적지는 의령관문과 정암진전적지 관광지 조성사업을 통해 역사와 예술이 조화를 이룬 명소로 거듭났다.
웅장한 한옥 양식의 의령관문 내부에는 정암진승전도와 의병차의도, 충익사와 의병탑, 의령큰줄땡기기와 소싸움 벽화까지 생생히 담겨 있다. 외벽에는 붉은 갑옷을 입은 홍의장군 기마도가 위용 있게 새겨져 있고 밤이면 조명이 더해져 화려하면서도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정작 의병의 첫 승전지인 기강 전적지는 여전히 어둡고 조용하다. 이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은 단순한 관광의 문제가 아니라 의령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되찾는 일이다. 이제 그 뜻을 현실로 옮길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첫째, 기강 전적지는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힐링형 관광지로 발전시켜야 한다. 단순한 꽃잔디나 산책공간을 넘어 역사와 체험, 휴식이 함께 흐르는 복합형 힐링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
예컨대 의병의 숲 끝자락에서 힐링요가나 소규모 영화제를 열고 강변을 따라 걷는 동안 해설사가 곽재우 장군의 전투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형 산책로’를 만들 수 있다. 밤이 되면 강물 위로 은은한 조명이 퍼지는 야간경관 프로그램을 도입해 낮에는 배우고 밤에는 머무는 체험형 관광지로 운영해야 한다.
둘째, 전적지 주변을 지역경제와 연계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 기강 전적지 일대는 농·특산물 체험마을이나 문화시설이 많지 않지만 주민·청년이 참여할 수 있는 소규모 로컬마켓·플리마켓, 의병정신을 테마로 한 팝업 전시, 공예체험 공간 등을 조성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거점이 될 수 있다.
셋째, 기강 전적지에 곽재우 장군을 상징하는 기념 조형물 또는 동상을 설치해 기강이 의병정신의 출발점임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선명하게 남겨야 한다. 조형물과 주변 경관을 조화롭게 설계해 기강 전적지의 상징성을 더욱 분명히 해야 한다.
기강은 단순한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의령의 혼이 처음으로 타올랐던 의병정신의 성지다. 기강을 다시 밝히는 일은 잊힌 역사를 복원하는 것을 넘어 의령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되찾는 일이며 아이들에게 “의령은 스스로 나라를 지킨 고장”이라는 자부심을 물려주는 일이다.